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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9월 27, 2009

미국 영어에 대한 착각 - 영어의 중심은 영국 영어

사전과 실제의 차이

"What kind of company do you work for?" 카인드 오브 컴퍼니 두유 워크 포?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 처음 만났을 때, 던진 질문이다. 우습게도 시골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정확한 발음 교정을 할 기회는 좀처럼 없다. 위의 질문에 대해 외국인은 전혀 알아 듣지 못했다. ""이라는 것 때문에 .... 결국 그 외국인과 나는 아래와 같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방언처럼 서로가 물었다.

"뭐꼬가 뭐시기?"  I'm sorry?

"뭐꼬가 뭐시기가 뭔교?"   I can't understand you.

"뭐꼬가 뭐시기가 뭔교가 뭐라유?" ....

결국 글을 써서 보여주었더니 ... "WHAT"은 ""으로 읽어랜다. 젠장 ~ 사전엔 분명hwat로 되어 있었는데 ....

위의 이야기는 사전으로 공부하는  옛날 교육의 폐해에 대한 그저 그런 작은 해프닝이다.

학교나 학원 등 대부분의 교육 교재가 미국식 발음으로 되어 있어서 대학교 때까지는 미국식 영어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다. 이런 생각이 처음으로 깨진 것은 첫 해외 출장 때부터이다. 처음 출장은 태국 방콕으로 갔는데 이곳은 온갖 잡스런 영어의 집하장이다. 그래도 대세를 이루는 것은 영국식 영어 ...

전 세계의 영어를 만나다

두번 째 해외 출장은 스위스 관광청의 초청을 받아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한국 대표 자격(한국은 4명)으로 취리히에 갔었다. 아시아 국가들도 모이니 재미나는 현상이 일어났다. 동남아 여러 국가 중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대표들은 비교적 친하게 지내는데, 싱가폴은 왕따가 되었다. 싱가폴 사람들은 주위의 국가보다 잘 살기 때문에 특권의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아시아 전체의 왕따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8명이 초청되었는데, 자기들만  노는 판에 끼어들기가 힘들었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두 명씩 밖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일본 영어가 짧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영국의 식민지인 홍콩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영국식 영어를 사용한다. 싱가폴도 한 때  대영제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국식 영어가 대세를 이룬다. 말레이지아나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말할 것도 없이 영국 영어다. 일본도 영국 영어를 선호하는 편이나 내가 보기엔 미국 영어와 영국영어를 우리나라만큼 그렇게 가리는 것 같지는 않다.

유럽은 대부분 영국식 영어를 사용한다. 영어를 그렇게 잘 하지 못하는 사람도 유럽에만 가면 영어 실력이 쑥쑥 되살아난다. 제2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유럽인들은 대부분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며, 아주 천천히 얘기를 한다. 가끔 호주나 유럽에서 온 사람 중에 충청도 뺨치는 느린 속도로 얘기하는 사람을 종종 보았을 것이다. 대부분을 아시아 대표들과 친하게 지냈지만, 가끔씩은 러시아 대표들이나 박람회에 참석한 각 나라의 사람들하고도 의례적인 인삿말을 나누며, 이야기를 했다. 그때는 IMF 때라 대부분 외국인의 관심사는 economic crisis였다.

전 세계에서 초청되는 이 박람회에서 미국식 영어와 언어에 대한 나의 환상은 너무도 쉽게 깨져버렸다.  세상의 중심 영어는 여전히 영국식 영어였고, 미국식 영어를 쓰는 사람은 내 동료 녀석과 미국 대표 밖에 없었다. 확실히 발음의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이 미국식 영어를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히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근본적인 차이점

문법과 어법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의 근본적인 차이는 기술주의를 따르느냐 규범주의를 따르느냐이다. 미국식 영어는 기술주의를 따른다. 이것은 우리의 서울말처럼 "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 곧 문법이요, 언어다!"라는 태도를 가지며, 규범주의는 "맞는 문법은 이러하다!"라고 정의를 한 뒤에 무식한 것들이여, 이것에 맞게 써라!"라는 언어태도를 가진다. 대표적으로 영국식 영어가 규범주의 문법을 따르며, 한국어 또한 규범주의 문법을 따른다. 규범주의 문법은 시대와 함께 빠르게 변해가는 언어적인 유희를 단지 "언어오염"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한국어에서 "그녀"라는 말이 정식 문법으로 채택된 것이 1980년대 였으니, 규범주의 문법의 한계를 절실히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있는 극단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태도를 취하던 간에 서로의 언어발전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COLOR라는 단어는 예전엔 colour라고 사용되었다. 그것도 20세기 중반 이후에 이러한 개선작업들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단어조차도 격차가 발생하였다. 영국에서 사용하는 metre와 같은 단어는 미국에서는 meter로 정리되었지만 영국에서는 여전히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엘리베이터(elevator)와 같은 단어는 아예 영국에서는 lift라는 다른 단어를 쓰고 있다. 동사형에서도 미국에서 learned라고 사용하는 것들을 영국에서는 learnt로 사용한다. 이러한 격차들은 학습을 통해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

지역 방언

또한 언어는 지역마다 많은 편차를 가져오게 한다. 똑 같은 영국식 영어라도 호주와 뉴질랜드는 언어의 섬을 이루어 방언이 심하다. 필리핀도 미국의 식민지를 겪었지만, 토착어인 따갈로그어와 섞이면서 요상한 발음으로 변했다.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 방언과 습관이 생겨난다.

"A boy met a policeman in the street!"

솔트레이크에서 살았다는 한 중학생이 내가 가르치는 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데, 그 아이는 위의 문장을 아래와 같이 읽었다.

"에이 보이 멭 에이 폴리스맨 ...."

우리도 "의사", "의원"이라는 단어를 어떤 지역에서는 "이사", "이원"이라고 읽는다. "왜 그렇게 읽니"라고 물었더니 자기 미국 친구들이 다 그렇게 ""라고 읽지 않고 "에이"라고 발음한단다. 그래서 위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다음과 같이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발음하면, 대도시에서는 촌놈 취급한다!"


계층간 영어

미국의 양반이라는 WASP(White, Anglo Saxon, Protestant)와 흑인, 히스패닉 등 수 많은 계층, 인종 간의 특이한 발음이 존재한다. 물론 그 중 가장 고급 언어는 백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이며, 마이클잭슨조차도 "백인처럼 말한다!"는 비아냥을 흑인들에게 듣기도 했다.

영국 영어는 영어의 중심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서울 지역에 영국에서 온 영어강사 또는 선생님은 기피를 당하는 편이다. 꽤나 괜찮은 학벌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것이 편견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로열 잉글리쉬를 외면하는 학부모들을 보면, 쓴 웃음이 나올 뿐이다. 얼마 전 토플 실험에서 한 학생이 인터뷰를 하는 시험관 중의 하나가 호주 사람이라서 당황했다고 하는 말을 전해 들었다.

대한민국이야 갱상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 충청도 사투리, 제주도 사투리를 쓰지 말고 표준말인 서울말을 사용하라고 강요를 하지만, 영어는 전혀 그렇게 않다. 영국식 영어도 영어요, 미국식 영어도 영어요, 영국식 영어도 영어다. 다만, 계층간 언어 차이에 대해서는 그렇게 인정하는 편은 아니다.

모든 영어는 영어다!

백인 영어, 미국식 영어에 쩔은 한국 사람들이 현지에서 가장 고생하는 것이 계층 간, 인종 간의 언어이다. 이런 것들은 사실 헐리우드 영화나 미드만 열심히 봐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괜히 미국가서 돈 버리고 오지 않으려면, 미드라도 열심히 반복해서 보고가라!

"한국에서 배운 것은 소용없다!"

좋종 이런 말을 자주 듣곤 하는데, 그런 놈들에게는 싸다구를 날리고 싶다.

'그럼 ... 교과서에서 욕하고, 사투리를 가르치리?'

이런 변변찮은 분들이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해!"라는 말을 들어보면, 웬만한 참고서나 교과서에 나오는 표현들이다. 이런 것들은 개인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백인 영어만 영어가 아니라, 흑인 영어도 영어고, 하다못해(?) 필리핀 영어도 영어이다. 심지어 일상생활화된 한국 영어도 있다.

"long time no see!" (오랫간만 입니다!)

이 말은 1950년 한국전쟁 때 영어가 짧은 한국인들이 영어를 한국식으로 사용하다가, 미군들이 그럴 듯하게 생각하어 미국에 돌아가서도 유행되어 이제는 일생생활화 된 말이다.

또한 우리네 사극에서 사용하는 한국어도 다르듯이 "Brave Heart"와 같은 고전물에서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굳이 미국에 살지 않아도 이런 것들은 극복할 수 있다. 한국에서 가르치는 영어는 가장 기본이 되는 표준적인 일상어이다. 우리나라도 교과서만으로 배운 말로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듯이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영어 자체를 위한 영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영어 그 자체를 배우기 위해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비극이다. 영어로 다른 학문을 하거나 뭔가를 습득하기 위해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와 같은 언어가 필요한 것이지 언어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흔히 사회에 나와서 언어학 전공자들이 빠지는 딜레마 중의 하나가 전공한 자신보다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 말을 훨씬 더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을 보고는 좌절하는 것이다. 외국가서 경제학을 배우는 사람은 필수적으로 영어를 배워야 하고 영어로 경제학을 공부한다. 언어 하나만 죽도록 공부한 사람이 두가지 학문을 다 하는 사람에게 경쟁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언어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음성학이나 음운학, 형태론 등을 공부하는 것이지 회화자체를 공부하는 것은 부수적일 뿐이다. 영문학(또는 다른 나라의 모든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도 영어를 더 잘 배우기 위해 왔는데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고대문학(고대의 시와 산문)을 하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그 나라 언어를 배우기 위해 언어학이나 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그 나라의 언어를 무엇인가를 배우고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삼을 때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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