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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9월 18, 2009

어눌한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

몇 년 전 재일교포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경험이 있다. 서울대학교 교환학생으로 꽤나 머리가 좋고 똑똑한데, 척 봐도 한국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1980년대 한국 사람 정도의 분위기가 풍긴다. 고지식하고, 도덕성에 민감하다. 어눌한 말투만 뺀다면, 시골에서 올라온 한국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역사관도 한국의 진보지식인과 다를 바가 없고, 단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에 대해 꽤나 관용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해할만하다.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들에 대한 지원을 그 정통성 있다는 이승만은 손을 놓았고, 김일성은 60년대부터 체계적인 재일교포 지원을 해서 학교도 세우고 조직도 만들었다. 그것이 조총련이다. 지금은 한국이 월등히 잘 살게 되면서 유명무실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조총련은 친북한 단체임에는 틀림없다. 그들에게는 북한이던, 남한이던 다를 바 없고 , 지원을 제대로 해주는 곳이 곧 조국이다. 하지만 이런 재일교포들을 한국 사람들은 쪽발이 취급한다. 한국어보다는 일본어가 익숙해 지고, 이들의 의식구조는 일본과 한국의 중간이며,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 한다.

하지만 똑 같은 처지에 있는 재미교포들에게는 부러워하며, 열광한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 비교적 선진국에 살고 있는 한국에서 이민 간 교포들의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똑같이 인종차별을 받기는 마찬가지지만 법적인 지위가 훨씬 높고, 그들이 살고 있는 기반이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백그라운드가 튼튼하면, 깔보는 눈초리 보다는 선망의 시선을 받는다. 이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들의 백그라운드는 그들이 살고 있는 나라다. 또한 그 나라에선 대한민국이 백그라운드가 된다.

잘 살고, 민주적인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무시당하지 않으며 산다. 오히려 우리의 역사를 배우지 않는 그들보다는 똑 같은 역사를 배우는 재일교포가 훨씬 더 동질적이기는 하지만, 재일교포는 큰소리를 치지 못하고, 나머지 미국, 유럽 그룹들은 외국인의 지위에서 큰 소리를 친다.

확실히 재외교포는 2세 이후는 이미 한국 사람이 아니다. 그들을 그들이 살고 있는 나라의 역사를 배우고, 그들의 나라에 충성하는 것을 배우고, 그들의 사회규범을 습득한다. 재일교포들은 일본의 핵심가치인 和를, 재미교포들은 미국의 핵심가치인 civilism을 … 등등 …을 배운다. 다시 말해, 국민 취급을 해주지 않는 재일교포를 제외하고, 교포 2세들은 미국인이며, 캐나다인이며, 호주, 뉴질랜드 인이며, 한국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신분증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미 그들은 민족 같은 것은 별 관심이 없다. 그저 가끔은 생각해 볼만한 흥미의 대상일 뿐이다. 그런 그들 중에는 한국이 힘들어서, 싫어서 떠난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와서 살려고 하는 이들은 다르다. 필자의 주변에도 미국에서 살기보다는 한국에서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 남자들의 경우에는 시민권을 포기하고 병역을 마치고,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한다. 또한 한국인이 아니라도 화교들 중에 귀화하여 병역을 마치고 한국 사람들보다 더 한국 사람 같이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척 보면, 경북의 양반처럼 보였는데, 알고보니 화교였다. 이들은 피부색도 표시나지 않고, 오랫동안 핵심가치를 공유해서, 사고방식도 다르지 않다. 또한 군대라는 우습고(?), 힘겨운 경험을 하여 충분히 사회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2PM의 재범도 이런 과정에 있던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조차 포용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국제 결혼을 통해 들어온 외국인들 모두 그런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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