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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월 16, 2010

낯설지만 반가운

처음 지리산을 등반하는 이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인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낮설어 하던 사람들도 정상에 가까워질 때쯤 되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게 됩니다.

"다 왔습니다.~! 힘내세요."

^^;

가끔은 서울 말을 쓰는 사람들이 오면, 짖궂게 이런 인삿말을 던집니다.

"욕보이소~" (수고하세요!)

낯설지만, 반갑지 않던가요?

여기 거제도의 한 아파트를 갔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웬 할아버지가 제게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하세요!"

전 엉겁결에 같이 인사를 하였습니다.

"네! 안녕하신가요?"

그리고 며칠 후 이번엔 초등학생이 먼저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참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마도 그 아파트 전체가 그런 운동을 벌이기로 한 모양입니다. 24층의 고층에 적지 않은 동인데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이런 낯섬이 반가워지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까요?

일요일, 1월 10, 2010

UBS 분실에 대한 기억들

2008년에 ...
2008년에 택시에서 자그만 USB를 주었습니다. 이거 웬 횡재냐 하고 .... 염치없기는 해도 안에 음악이나 잡스런 것들이 있다면 포맷하고 제가 쓸려고 했습니다.

열어보니 512MB짜리 USB더군요. 지금은 우스운 가격이지만, 그래도 당시엔 2만원 이상을 주어야 하는 가격이었습니다. 주~욱 둘러보다 보니 ....

그런데 .. 이게 뭔 파일 .... ?

USB를 열어보니, 이상한 확장자를 비롯해서 각종 법률 문서가 주~루~룩 나왔습니다. 그래서 확장자를 확인해 보니 ... CAD 파일이더군요. 대충 첨부된 사진을 보니 ... 도시 설계와 관련된 그런 사진이었습니다. 그래서 구글링을 해서 보니, 서울의 모 구청에 근무하시는 분 같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법률 문서를 쭈~욱 훑어보니 이혼판결문이 있었습니다. 내용을 보니.... 기러기 아빠였던 분이 자녀의 교육 문제로 부인과 딸이 호주로 건너가 오래 떨어져 있었는데, 호주가 터전이 되어버린 부인이 이젠 한국에 오기 무서워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으로 가슴이 아파, USB의 연락처 여러 군데를 찾아 그 분의 소속을 알아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른 것을 읽었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중요한 파일이 있는 것 같아서 돌려드릴테니 받이시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퀵을 불러 수신자 부담으로 바로 보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긴 했는데, 받으신 분에게 일부러 핸드폰 번호를 알려드렸는데, 끝까지 전화 한 통, 문자 메시지 한통 안 주시더군요. 이 부분은 정말 서운했습니다. 그저 "고마워요... !" 한 줄이면 서로 기분 좋을 것을 말입니다.

이런 유치한(?) 감정이 드는 것은 저뿐일까요? ㅠ.ㅠ

2010년에 ....
우습게도 2년 후엔 제가 기러기 아빠가 되어 버렸습니다. 외국은 아니지만, 거제도에 내려 왔는데 얼마 전 모르는 연락처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분실한 1GB USB를 찾았는데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 같아 돌려드릴려고 연락을 했다는군요...


'이렇게 감사할 때가 .... '

내용이 만만치 않아서 저도 항상 백업을 해두어서, 절실하지는 않았는데 2년 전의 그 기억 때문인지 새삼 고마웠습니다. 알고보니 근처의 아파트였더군요. 그래서 찾아가서 아파트 앞에서 받기로 했습니다. 추운 날씨기는 해도 ... 그까지 찾아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웬 아주머니 한 분이 내려오셨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달라고 했더니 ... 그 아주머니는 잠깐 확인할 것이 있다고 USB의 특징을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 고마웠습니다.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 같은데 ...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가면 안되니까. 특징을 좀 말해주시겠습니까?"

그래서 외형과 험하게 써서 끝부분이 약간 구부러져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아주머니가 바로 건네주시더군요. 나는 사례를 거절하는 그들 모자에게 "택배비 보낸다고 생각하시고 받으세요"하고 미리 준비한 1만원을 넣은 봉투를 학생의 손에 쥐어 주고 왔습니다.  

처음에 제가 습득한 USB에서 그 사람의 연락처를 찾고, 연락을 하고, 택배를 부르고 한 시간은 채 1시간이 되지 않았겠지만 2년 후 똑 같은 일을 제가 당하니 ...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거제도의 덕산2차 아파트에 사시는 그 분 모자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금요일, 1월 08, 2010

안전사고로 죽은 것은 뉴스도 안될까?

거제도는 툭하면 안전사고가 나는 곳이다. 올 초에 이곳을 내려와 보니, 근처에 사는 지인이 자신의 동료가 안전 사고로 죽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아서 또 오늘 사고가 났단다. 2010년 1월 2일에도 두 명이 죽었고, (방송이 되었는 지 모르겠다) 오늘도 한 명이 안전 사고로 죽어서 작업 라인이 중단되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실제로 이 사람도 오늘은 비교적 빨리 회사에서 퇴근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뉴스 한 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 회사들의 로비력이 참으로 궁금하다. 분명 기자들도 소식을 듣고 달려갈터인데 ... 문제는 기사 한 줄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심할 것은 적당히 X로 틀어막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인데 (X가 뭔지는 다들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 참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특히 삼성 (조선)과 같은 큰 업체는 안전사고가 나면 회사가 난리가 난다. 소문에는 안전 사고를 낸 반장이 정문에서 (안전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라는 식의 팻말을 들고 정문 앞에서 벌을 선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그만큼 안전 관리가 엄격해서 안전 사고 자체를 억제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하청업체 .... 하청 업체들이 죽은 것은 아예 기사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 사고가 모두 하청 업체에서 터졌다는 얘기가 있다. 어디의 하청 업체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능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이쪽에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들 쉬~쉬 한다. 일단 그 관련 업체에 다니는 사람은 자기의 얼굴에 먹칠하고 인사 불이익을 받을까봐 쉬쉬하고 해당 하청 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또 무슨 불이익을 받을까봐 쉬쉬한다. 그래도 이곳에 관련 또는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도 있다는 전화 한통으로 발라당 ... 줄줄 ... 내력이 나올 것이다.

나는 참으로 궁금했다. 사고가 여러 번 터졌으면, 당연히 보험료가 올라갈테고, 기자들 막느라 적지 않은 X이 들텐데 ... 그 X으로 다른 기업들처럼 안전 설비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