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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3월 21, 2010

일본에서 IT붐을 기대한다?

일본은 비교적 인터넷 선진국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도쿄의 얘기고 지방으로 가면 심각한 수준이다.

2년 전인가? 출국 대기 중 일본의 한 지방 국제 공항에서 잠깐 시간이 남아 유료 인터넷을 이용하였다.

그런데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OS는 정체불명인데다가(아마도 리눅스 기반인 듯) 브라우저는 자체 개발인지 정체불명이었고, 속도는 체감 속도 128Kbps 수준으로 중국보다 훨씬 느린 속도였다.

그래도 국제 공항이라고 하는 곳이 이 정도니, 가정으로 들어가면 한국인은 무인도에 온 기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호텔의 인터넷 센터도 512kbps 수준의 속도였고 그나마 나은 점은 OS가 Windows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널리 알려진 GUI 기반의 모든 운영체제를 (브라우저만 쓰는 정도라면) 익숙하게 다룬다.)

일본인 중산층들은 굳이 인터넷 환경을 갖추려고 하지 않는다. 있어서 편리함도 모르겠지만, 없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온라인에서의 커뮤니티보다는 오프라인의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인간적인 모임과 만남을 훨씬 더 선호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IT를 기대하기 힘든 것은 일본의 국민성 때문이다. (물론 국가적이거나 시 차원 등의 공공 서비스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
  첫번째 그들은 검소함이 몸에 배여있다. 일본인들은 IT 기기 일지라도 고장나서 못 쓸 때까지 오랫동안 사용한다. 따라서 새로운 IT 기기에 대해서도 별로 부러워하는 것 같지 않다.
  둘째, 일본인들은 더 나은 기술의 외국 제품보다도 자국의 제품을 선호하는 배타적 국수주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외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자국에서는 일본의 메이커가 최고로 선호되기 때문이다.
  세째, IT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과 더불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나이가 많은 고령화된 사회에서 고령층에게 PC를 가르키는 것은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90년대 중반 필자도 대학을 다니면서 아래한글 3.0을 한달에 걸쳐서 노교수에게 개인 교습을 해 준 경험이 있다. 당시로는 적지 않은 과외비를 받고서 말이다. 젊은 층이었다면, 5일이면 될 내용을 무려 한 달에 걸쳐서 강의를 했으니 내 인내심은 바닥을 나고 말았다. 이 교수님은 당시 유일하게 손 글씨로 된 리포트를 요구한 분이었는데 결국 제자들의 항의에 손을 들고 40만원의 거금(?)을 들여 한 달 개인 과외를 받으신 것이다. 당시 나는 학생신분으로 두 분 교수님에게서 한 달 교습을 해주고 60만원을 벌었다. (당시 등록금의 27% 정도) 일본의 경우에도 이용자들이 불편함없이 자연스레 사용하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려면 지금으로 부터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려야 할 것이다.
  네째, 공공 IT 교육의 수준이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여기서도 도쿄는 예외로 한다. 필자는 일본에서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대학을 제외한 많은 일본 대학 졸업자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거의 컴맹 수준이었고, PC는 고급 타이프라이터 수준으로 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특히 OA 분야는 국내의 전문대학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었다.
  다섯 째, 지도자들의 IT에 대한 인식이 뒤떨어져 있다. 누가 뭐라해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IT 마인드는 어떤 정권과도 비교도 되지 않았다. 비록 MB 정부는 IT 마인드를 IPTV 마인드로 착각하고 있지만, 적어도 일본의 지도자들 중 과거의 한국 정부에서 가졌던 그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지도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고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이러한 인프라와 환경을 조성하기는 쉽지 않다. 한때 클린턴 시대에 정보고속도로를 주창하던 미국이 부시의 집권기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 ㅠ.ㅠ

이러한 연유로 일본의 전반적인 인터넷 + 통신 단말기 등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IT 붐을 기대하긴 힘들다. 전자정부 또한 최소한 2년 이상은 걸려야 겨우 한국의 상태에 이를 수 있을까? 솔직히 이것도 비관적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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