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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월 10, 2010

UBS 분실에 대한 기억들

2008년에 ...
2008년에 택시에서 자그만 USB를 주었습니다. 이거 웬 횡재냐 하고 .... 염치없기는 해도 안에 음악이나 잡스런 것들이 있다면 포맷하고 제가 쓸려고 했습니다.

열어보니 512MB짜리 USB더군요. 지금은 우스운 가격이지만, 그래도 당시엔 2만원 이상을 주어야 하는 가격이었습니다. 주~욱 둘러보다 보니 ....

그런데 .. 이게 뭔 파일 .... ?

USB를 열어보니, 이상한 확장자를 비롯해서 각종 법률 문서가 주~루~룩 나왔습니다. 그래서 확장자를 확인해 보니 ... CAD 파일이더군요. 대충 첨부된 사진을 보니 ... 도시 설계와 관련된 그런 사진이었습니다. 그래서 구글링을 해서 보니, 서울의 모 구청에 근무하시는 분 같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법률 문서를 쭈~욱 훑어보니 이혼판결문이 있었습니다. 내용을 보니.... 기러기 아빠였던 분이 자녀의 교육 문제로 부인과 딸이 호주로 건너가 오래 떨어져 있었는데, 호주가 터전이 되어버린 부인이 이젠 한국에 오기 무서워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으로 가슴이 아파, USB의 연락처 여러 군데를 찾아 그 분의 소속을 알아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른 것을 읽었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중요한 파일이 있는 것 같아서 돌려드릴테니 받이시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퀵을 불러 수신자 부담으로 바로 보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긴 했는데, 받으신 분에게 일부러 핸드폰 번호를 알려드렸는데, 끝까지 전화 한 통, 문자 메시지 한통 안 주시더군요. 이 부분은 정말 서운했습니다. 그저 "고마워요... !" 한 줄이면 서로 기분 좋을 것을 말입니다.

이런 유치한(?) 감정이 드는 것은 저뿐일까요? ㅠ.ㅠ

2010년에 ....
우습게도 2년 후엔 제가 기러기 아빠가 되어 버렸습니다. 외국은 아니지만, 거제도에 내려 왔는데 얼마 전 모르는 연락처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분실한 1GB USB를 찾았는데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 같아 돌려드릴려고 연락을 했다는군요...


'이렇게 감사할 때가 .... '

내용이 만만치 않아서 저도 항상 백업을 해두어서, 절실하지는 않았는데 2년 전의 그 기억 때문인지 새삼 고마웠습니다. 알고보니 근처의 아파트였더군요. 그래서 찾아가서 아파트 앞에서 받기로 했습니다. 추운 날씨기는 해도 ... 그까지 찾아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웬 아주머니 한 분이 내려오셨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달라고 했더니 ... 그 아주머니는 잠깐 확인할 것이 있다고 USB의 특징을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 고마웠습니다.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 같은데 ...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가면 안되니까. 특징을 좀 말해주시겠습니까?"

그래서 외형과 험하게 써서 끝부분이 약간 구부러져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아주머니가 바로 건네주시더군요. 나는 사례를 거절하는 그들 모자에게 "택배비 보낸다고 생각하시고 받으세요"하고 미리 준비한 1만원을 넣은 봉투를 학생의 손에 쥐어 주고 왔습니다.  

처음에 제가 습득한 USB에서 그 사람의 연락처를 찾고, 연락을 하고, 택배를 부르고 한 시간은 채 1시간이 되지 않았겠지만 2년 후 똑 같은 일을 제가 당하니 ...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거제도의 덕산2차 아파트에 사시는 그 분 모자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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